본문 바로가기

Lifestyle/Somewhere with Photo

베를린 그래피티 여행

 

3월호: 혼자 여행 갔다오겠습니다

 

 

힙스터의 도시, 밤하늘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폭죽, 마냥 싫지만은 않은 쾌쾌한 담배냄새, 올블랙의 세련됨을 추구하는 베를리너들, 거리 곳곳의 벽을 아름답게 수놓는 그래피티, 24시간동안 꺼지지 않는 테크노 음악까지, 규정할 수 없는 무언가로 가득한 곳이다. 하루동안 베를린의 거리를 걸으며 하나 느낀 것이 있다면 거리의 그래피티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건물 외벽, 길바닥 등 이곳저곳에 그래피티가 있었다. 지금의 독일이 있기 전에 동독과 서독, 그리고 이념의 균열과 봉합 속에서 채워지지 않는 갈증들은 그래피티라는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삭막해보이는 도시에 그려진 그래피티는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 경관을 자아냈으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오는 그래피티의 모습들은 베를린이라는 도시를 다른 세계로 끌어올렸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베를린 거리 위에서 나의 시선을 끈 그래피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발트해의 슈테틴부터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에 이르기까지, 철의 장막이 대륙을 가로질러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베를린도 철의 장막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격화하는 이념 대결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동독과 서독을 가로지르던 장벽에는 아픔과 절망이 담겨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갈라놓은 장벽은 곧 희망과 미래를 노래하는 캔버스로 변모했다. 부조리하고 답답한 세상에 대한 분노를 장벽에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1989년 11월 9일, 수치스러운 벽이라고 일컬어지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까지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그래피티로 덮여 있었고, 일부가 아직도 그곳에서 베를린 시민들을 내려보고 있다. 그렇게 과거의 상흔은 베를린을 그래피티의 도시로 발돋움시켰다.



01234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