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style/Culture

도쿄도 사진 미술관 : 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

“세렌디피티, 일상 안의 예기치 못한 멋진 발견”


도쿄도 사진 미술관

사진과 영상을 전문으로 하는 도쿄도 사진 미술관. 희귀 작품을 포함하여 총 3만 7천 점에 달하는 작품을 소장 중인 도쿄도 사진 미술관에서는 테마에 따라 작품을 선별한 소장전과 일본 국내 외의 우수한 작품을 독자적인 시선으로 소개한 기획전 등 풍부한 전문성과 다채로운 라인업을 갖춘 전시회를 연간 약 20회에 걸쳐 개최하고 있습니다. 에비스 역에서 가까울뿐더러 근처에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와 에비스 맥주 기념관 등 즐길 거리가 많아 여행 중에 방문하기에도 부담 없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도쿄 사진 미술관

세렌디피티 전시

방문했을 당시, 열리던 3개의 전시 중 인상에 남은 전시전 하나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시회 테마는 세렌디피티입니다. 페르시아의 동화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우연에 의해 예기치 않은 발견을 하는 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렌디피티는 어쩌면 우리 일상 속 가까이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연히 발견한 엽서 사진 한 장에 감명받아 벽에 붙여두거나 수첩이 끼워둔 경험. 혹은 찍어둔 수많은 사진을 다시 보니 그중 두 장의 사진이 촬영한 장소와 시간을 뛰어넘어 연결되고, 그전에는 몰랐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경험. 이런 경험들은 바로 세렌디피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전시를 감상한다는 행위 자체도 예기치 못한 사건과의 만남으로 가득한, 세렌디피티 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이라는 평범한 세계도 조금만 관점을 바꾸면 다양한 깨달음이 넘치는 세계로 변모할 수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곁에 있었으나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발견은 바로 세렌디피티 현상으로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찾아오고, 그 발견이 좁은 세상에서의 삶을 보다 개방적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이 일상 속 소소한 발견을 포착한 작품들을 소개하는데, 르포르타주적인 작품들로 유명한 키타이 카즈오(北井一夫)는 나이가 들면서 가까운 곳을 촬영하게 되었고,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만 세렌디피티를 찾고자 했습니다. 고초 시게오(牛腸茂雄)는 오래 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운명을 안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한 멋진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시선을 바꾸고 새로운 관점으로 반복되는 무언가를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장소와 좋은 사람들이 있다고 한들, 아름답게 바라볼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 본질이 아니라 그것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우리의 시선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사진을 본다는 행위는 정말 흥미롭습니다. 내가 바라보지 않았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작가의 시선과 높이에서 아름답게 찍어낸 사진들이 일상에 감춰져 있었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