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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Culture

사울 레이터의 근원 : 뉴욕의 컬러 B

 

"신비로운 일은 익숙한 곳에서 일어난다고 믿는다. 굳이 지구 반대편까지 갈 필요까지는 없다.”

 

SAUL LEITER IN FASHION

"내가 원했던 것은 촬영물이 패션 사진 이상의 '사진'이 되는 것이다.”

 

 화가가 되기 위해 뉴욕에 온 사울 레이터는 곧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고, 사진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친구인 진 비어슨을 통해 알게 된 사진작가 W. 유진 스미스, 친구이자 상업미술을 하던 로버트 위버 등 덕분에 '라이프'지 등의 잡지에 사진이 실리게 됩니다. 또한 위버의 소개로 '에스콰이어' 잡지의 아트 디렉터인 헨리 울프의 눈에 띄어 1958년 울프가 '하퍼스 바자' 잡지의 아트 디렉터로 부임하면서 사울 레이터에게도 큰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울프의 첫 작품인 1958년 9월 호부터 라이터의 사진은 이 잡지를 장식하기 시작했고, 이후 많은 패션 잡지에서 일감이 쇄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한 서정성을 자아내는 빛을 담아내는 방식, 모델의 방심한 순간을 포착하는 관음적 기법, 유리와 거울을 이용한 입체적 구도 등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많이 사용되는 패션 사진은 그의 미의식을 탐구하는 실험의 장으로서도 중요한 장소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잡지 매체에서는 사용한 포지티브 필름을 사진가에게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라이터의 사진도 원본이 현존하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EAST 10TH STREET

"신비로운 일은 익숙한 곳에서 일어난다고 믿는다. 굳이 지구 반대편까지 갈 필요까지는 없다.”

 

 사울 레이터가 이스트 10번가의 아파트 겸 작업실로 이사한 것은 1952년이었습니다. 이후 60년 가까이 평생 이 아파트를 떠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북향의 커다란 창문이 인상적인 레이터의 아파트는 천장에 구멍이 뚫려 있고 벽에 금이 간 오래된 건물(1853년 건축)입니다.

 1960년대 초, 패션 사진 일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만나게 된 모델 솜스 벤트리도 같은 건물에 살게 되었고, 2002년 솜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이 삶을 함께 나눈 곳이기도 합니다. 레이터에게 솜스와 함께 그림 그리고, 함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은 삶의 일부이자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수년 동안 생활고에 시달리고 집주인이 퇴거하라는 메모가 문에 붙어 있기도 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재능을 굳게 믿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이 둘을 떠나보낸 지금도 시간이 멈춰진 타임캡슐처럼 이곳에는 레이터와 솜스의 영혼과 함께 그들이 선택한 작품과 애장품들이 소중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사울 레이터의 찰나의 순간(The Decisive Moment)

사울 레이터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가본 적 없는 뉴욕에 대한 애착심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고는 합니다. 뉴욕이라는 넓은 도시 속의 다양한 인종, 다양한 도시의 색, 뉴욕만이 낼 수 있는 바이브가 조화되어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자, 마침내 사울 레이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뉴욕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사진에는 규칙성이 존재하는 듯 보입니다. 단순하게 뉴욕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여러 각도와 시점에서 담아내고 있습니다. 공원 벤치에서 졸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담기도 하며, 뒷짐을 지고 거리에 서있는 사람, 길거리 계단에 앉아 모자를 만지고 있는 노인 등 사진을 통해 전달되는 인물의 모습에서 글로는 전달될 수 없는 그들의 스토리와 사연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성에, 빗방울 맺힌 유리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는 시점 또한 신선한 느낌을 주며 사울 레이터의 사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구도입니다. 어딘가에 반사되는 거울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도 사울 레이터가 자주 사용합니다.

 

 

사울 레이터의 사진이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는, 사람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일상의 순간을 자신의 시점과 구도에서 포착해, 사람들로 하여금 낯설게 느끼게 해주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함박눈 맞으며 거리를 걷는 집배원이 모습이 당시 특별할 것 없는 거리의 일상이었을 것을 감안했을 때, 그들의 모습에 주의나 관심을 두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울 레이터의 시점에서 포착된 이 순간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그의 손에 탄생되는 마법 같은 순간들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입니다. 보잘것없는 일상의 순간을 아름다운 일상의 순간으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데는, 일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자신의 시선이 필요할 것입니다.

 

포에버 사울레이터